상담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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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보고싶어요.

마인드파워 2011-10-10

할머니가 보고싶어요.


 


보기에도 굉장히 우울하고 침울해보이는 표정을 한 아가씨가 가족들과 상담실을 찾아왔다.


아직 20대 초반의 나이에 있는 이여성은 현재 집에서 나오지 않기 시작한지가 1년6개월이 다되간다고..


자신도 가족들과 거의 말을 하지 않아 가족들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다가 본인이 사이트를 우연히 검색하다가 상담실을 찾게 되었다는 것이다. 가족분위기가 워낙 서로에게 조심스러워 본인이 뭔가를 원하기전까지는 상담이나 병원치료를 받자는 권유도 제대로 못했던 터였다.


다행히도 본인이 스스로 찾아서 이렇게 상담소를 찾게 되어 다행한 일이었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을 꺼내기 시작한 이 여성분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지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모르겠고 자신을 무엇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며 도움을 요청하였다. 굉장히 위축되어 있는 모습에서 안쓰러움을 더했다. 나는 조심조심 이야기를 풀어가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수있도록 유도하였다. 다행히도 나는 이야기중에 2년전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사실과 외할머니가 중학교때까지 자신을 키우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단서를 포착할수있었다. 이 여성이 어렸을 당시 부모님의 맞벌이로 인하여 외할머니에 손에 맡겨져서 양육되었다. 특히나 외할머니를 잘따랐던 내담자는 부모가 와도 외할머니를 먼저 찾아가 안기곤 하였다. 그리고 외할머니가 가족들간의 사정으로 인하여 지방의 외삼촌댁으로 가시고 중학교말부터는 부모님과 함께 생활을 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당시에는 생각보다 상실감을 느끼지 못할만큼 자신이 스스로 이상하게 생각되기도 하였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 이유는 자신도 알수 없고 지금은 아예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같다는 것이다. 나는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시점과 내담자가 집안에서 나오지 않기 시작한 시점이 비슷함을 눈치채고 그와 관련하여 심리상담을 진행하였다.


곧 이완상태를 유도하였고 꽤나 이완이 되었으나 몸이 돌같이 굳어있는듯한 인상을 주었다. 나는 서서히 무의식저편에 숨어있는 상처받은 내담자의 자아를 불러냈고 이내 내담자는 굵은 눈물방울을 떨어뜨리기 시작하였다. 아주 어린아이가 울듯이 울음을 점점 크게 울기 시작하더니 꺼내는 첫마디는 '할머니가 보고싶어' 였다. 마치 6살아이가 된것처럼 서럽게 울음을 쏟아내었다.


외할머니의 장례식에서도 나오지 않던 눈물이 이완상태에 들어서자 갑자기 튀어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도 외할머니와 강한 애착관계에 있다가 외할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자 이를 견디지 못하고 무의식의 슬픔의 감정을 저 깊숙히 숨겨버린듯 하였다. 이렇게 무의식이 방어기제를 작동시키면서 감정자체를 차단하자 심리전반적인 무기력감으로 찾아왔던 것이다. 나는 내담자가 충분히 그 아픔을 느끼고 애도할수 있는 시간을 주었고 한참을 울더니 울음을 이내 그쳤다. 많은 눈물을 쏟아내린 내담자의 얼굴을 눈물로 범벅이 되었지만 혈색이 돌아와 있었다. 


나는 감정을 소화시킬수 있도록 암시를 무의식에 전달해주고는 내담자를 서서히 깨웠다. 한동안 멍하니 있더니 이내 나와 눈을 마주친 내담자는 고개를 이내 떨구었다. 나는 감정을 충분히 소화할 시간이 필요할것이라며 가족들에게도 충분한 이해와 관심을 요청하였다. 그리고는 가족들과  첫번째 상담을 마치고 간 내담자는 두번째 상담에서는 자신이 밥을 갑자기 많이 먹게 되어 살이 찔까봐 약간 걱정이 된다고 하였다. 벌써 자신을 스스로 걱정할만큼 마음에 여유가 생긴듯 하였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외할머니의 부재로 인한 상실감을 먹을것으로 채우려는듯한 경향이 나타나 조금 더 관련하여 세션을 진행하였다. 이번에도 많은 눈물을 쏟아낸 내담자는 자신의 움추리고 불안해 하는 자신의 자아를 무의식상태에서 발견하고는 스스로를 꼭 안아주며 위로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들이 3회 4회까지 계속되었고 한달이 지난 이후에는 아주 건강해진 모습으로 농담까지 하는 여유까지 부리게 되었다.


굉장히 힘들었던 지난 1년 6개월 아니 2년여에 시간동안 움추렸던 날개를 피는 새처럼 다시 여유를 되찾은 모습에 나 자신의 내면도 풍요로워짐을 느낄수 있었다.


이처럼 우리의 마음은 자신을 억압하고 때로는 숨기도 하면서 고통을 피하려고 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기울여 본다면 오랜시간 자신을 묶어두었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하는 사례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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